오늘은 조금 늦었습니다~
이제 내일 한 화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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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자택은 사무소에서 도보 10분 정도의 곳에 있었다. 말쑥하게 타일을 바른 맨션이다.
“집이 멋지네요.”
꺼내준 슬리퍼에 발끝을 집어넣으며 아리사가 환성을 질렀다. 니키도 따라서 현관 앞을 둘러보았다. 고양이 모양을 한 슬리퍼렉이며 핑크색 현관 매트 같은 건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의뢰인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소녀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전까지 의뢰인에게 영합하는 듯했던 아리사의 발언이 대체 어디까지 진심인 건지, 실은 조금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에는 진심으로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쪽은 의심할 바 없는 소녀이니까.
“계절에 맞춰 문양을 바꾸고 있답니다.”
집주인은 그다지 싫지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설명하고 두 사람을 거실로 안내했다. 이곳에도 의뢰인의 취미는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수제인 듯한 쿠션이나 레이스 뜨기로 만든 크로스, 곰 인형 등에 아리사는 하나하나 환성을 질렀다.
“일단 앉으세요. 차를 끓여올게요.”
집주인은 기분 좋게 카운터 키친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라고 말하며 아리사는 흥미롭게 키친을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로 그곳은 상당한 장관이었다.
선반 위에는 <sugar>, <salt>등 예쁜 문자가 쓰인 커다란 초벌구이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garlic>, <miso>같은 것도 있었다. 나머지는 병에 담긴 토마토, 그린피스, 올리브. 거기에 매실주나 자두술 등의 과실주. 락교나 피클 병도 있다. 거기에 온갖 종류의 향신료 병과 캔. 함께 늘어서 있는 일본주나 와인, 중국술 종류는 마시는 것뿐 아니라 요리에 쓰는 거겠지. 기름과 식초도 몇 종류씩 있었다.
“저장 식품을 만드는 게 취미라서요.” 아리사의 시선을 깨달은 의뢰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제 츠쿠다니(어패․해초․채소 등을 설탕․간장으로 달짝지근하게 조린 반찬)나 채소 절임도 있어요. 괜찮으시면 좀 덜어드릴까요?…혼자서는 아무래도 다 먹을 수 없으니까요.”
“잼이나 과자는 만들지 않으세요?”
다시 가라앉아가는 기분을 끌어올리려는 생각인지, 짐짓 명랑한 목소리로 아리사는 말했다.
“전에는 만들었지만, 남편은 아침은 밥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었고, 단 것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뭔가 붉은 액체가 가득 든 찻잔을 쟁반에 담아 내왔다. 강한 향이 농후하게 떠돈다.
“허브티군요.”
아리사는 기쁘게 마시고 있지만, 확실히 말해 니키의 입에는 맞지 않았다.
“로즈힙과 히비스커스예요.”
그렇게 설명해 주는 의뢰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얼른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남편분의 서재는…….”
반쯤 엉덩이를 띄우고 일어섰다.
어머, 일에 열심이시네요, 하고 방긋 웃으며 안내해준 그 방은, 중후한 나뭇결무늬의 가구로 통일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블루그레이를 기조로 한 가는 기하학 문양의 카펫이 깔려 있고 커튼도 역시 차분한 그레이이다. 장식물은 하나도 없다.
“보시는 대로, 살풍경한 방이예요.” 오히려 한숨 돌린 니키에게 의뢰인은 어딘가 변명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조금 더 어떻게 해 보고 싶었지만, 그 사람은 제가 청소하러 들어오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이 서재는 핑크나 꽃무늬, 레이스 나부랭이의 공세를 가로막는 최후의 요새였을 것이다. 고인에게 공감하며 니키는 확신을 새롭게 했다.
역시, 뭔가를 숨겨 놓았다면 이곳이다.
의뢰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서 우선 책상 서랍을 열었다. 문방구나 수첩, 명함첩 등이 가지런히 정리 수납되어 있다. 쓸데없는 물건은 먼지 하나 없다.
“남편분의 꼼꼼한 성격이 엿보이는군요.”
감탄하며 중얼거리자 의뢰인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늘상 정리하고 있어서예요. 내버려두면 그야말로 심한 꼴이 되어 버리는걸요.”
“……그렇습니까.”
앞길이 가로막혀진 기분에 니키는 고개를 떨궜다. 아무래도 고인의 최후의 요새는, 정리정돈이라는 이름의 유린에 늘 노출되어 있던 듯하다.
일단 모든 서랍을 빼 보았지만 한 번 찾아본 뒤인지라 역시 찾는 물품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조사한 것은 책장이었다. 하지만 잘 보니 최근 십년 사이에 대세가 된 소프트커버의 비즈니스서가 많아, 니키가 기대하고 있던 백과사전이나 문학전집 종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호화장정의 등 부분에는 열쇠를 숨기기에 딱 알맞은 틈이 있다--그렇게 예상하고 온 것이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거기 책은 전부, 한 권 한 권 꺼내 조사해 봤거든요.” 옆에서 의뢰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책장 안쪽까지 봤어요……가구도 전부 움직여서.”
“물론, 꼭 이 방에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까의 확신이 빨리도 무너지고 있다. 문득 생각이 나 물어 보았다.
“고인은 뭔가 취미가 있으셨나요? 예를 들자면 베란다에서 분재를 하셨다던가.”
“화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잘 안다는 듯이 끄덕였다. “제가 취미로 허브나 꽃을 여러 종류 키우고 있어요. 요즘 유행하고 있잖아요? 꽃이 피는 게 끊어지지 않도록 많이 신경쓰고 있답니다.”
아내가 늘 손을 대고 있는 장소에 물건을 숨길 남편은 없을 것이다.
“그럼 쉐이빙 크림 용기라던가, 지병으로 드시는 약 같은 건 어떤가요?”
이것도 오는 도중에 생각해 둔 장소였다. 그러나 의뢰인은 시원스레 고개를 흔들었다.
“둘 다 떨어지지 않도록 제가 신경을 쓰고 있어서요, 열쇠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면 눈치챘을 게 뻔해요.”
“이 집에 남편분밖에 손을 대지 않는 물건은 뭔가 없습니까?”
상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글쎄요, 없지 않으려나,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니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도 우선 집안을 전부 둘러보기로 했다. 의뢰인은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고 장이나 서랍 등을 태연히 열어 보여 준다. 여기고 저기고 훌륭하게 분류, 정리되어 있었다. 가구는 전부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마루에는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다.
완전무결한 전업주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집안에 물건을 숨기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니키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곳에 올 때까지는 물건이 물건인 만큼 어디라도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이 두려운 수퍼 전업주부의 눈을 장기간에 걸쳐 피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 금방 꺼낼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은, 생각 외로 적다.
깨닫고 보니 2시간이 지나 있었다.
의뢰인은 열렬한 기대와 그리고 지금은 약간의 의심을 품은 시선을 던져 온다.
대체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니키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생각한다.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에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동경을 품어 왔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 탐정 시리즈나 도일의 홈즈물을 정신없이 읽었다. 미행, 잠입, 변장, 그리고 화려한 추리. 물론 현실적으로 자신이 아케치 고고로나 홈즈 흉내를 낼 수는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세상사라는 것을 알아 버리고 나이를 먹는 것에 무감동해진 지금도, 여전히 탐정이라는 직업은 니키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되고 싶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틀림없이 될 수 있다. 도중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자신을 고무하기 위한 주문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결국에 탐정사무소를 열었던 그 날까지, 대체 몇 번 그 말을 중얼거렸을까.
의뢰인이 평범한 주부라서 불만인 것도, 의뢰 내용이 재미없어서도 아니다. 다만 그저 무기력한 자신이 한심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사건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뭐가 탐정이냐?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자니, 그때까지 가만히 니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리사가 다가와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니키는 잠시 말없이 아리사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의뢰인에게 몸을 돌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주방 쪽도 조사해 봐도 될까요? 그리고 커다란 비닐 봉투를 한 장 빌려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런 걸 뭐에 쓰시려고요?”
니키는 슬쩍 아리사를 보고 나서, 무척이나 자신 없는 말투로 말했다.
“설탕 항아리를 비우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