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1화는 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1화가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도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이 뒤에는 더더욱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이어집니다.
'의심 많은 남편에게 자신이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며 역 바람조사를 의뢰해 온 귤 아가씨-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붙은 별명-며, 주위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환상의 개를 찾아 달라고 하는 노부인 이야기, 아무도 없는 지하 서고에 혼자 울리다 끊어지는 전화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받은 이야기 등등, 아기자기하면서도 뒤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발매는 12월 초중순 예정입니다. (아니 그냥...궁금해 하실까봐...)
5
30분 후, 니키는 다시 아리사와 함께 사무소에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어째서 처음에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서, 화가 나.”
졌다는 분함 때문이 아니라, 본심이었다.
한 아름이나 되는 커다란 설탕 항아리를 거꾸로 들고 내용물을 비닐 봉투에 쏟아버린 후, 가만히 항아리 바닥을 들여다봤더니……확실히 있었던 것이다. 작은 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고정된 대여 금고의 카드와 열쇠가.
봉투에는 친절하게 비밀번호까지 쓰여 있었다.
의뢰인은 놀라랴 기뻐하랴, 큰 소동이었다. 그리고 기뻐하며 보수를 지불해 주었던 것이다. 5천 엔이 아니라, 1만 엔을.
우선 기념할 만한 첫 번째 일은 성공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마치 컨닝을 한 학생 같은 기분이었다.
니키는 의뢰인의 집에 있는 동안, 열심히 열쇠를 찾아 다녔다. 그런데 그 동안 쭈욱 소파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여자아이가 단번에 숨겨진 장소를 맞춘 것이다.
의뢰인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아니, 아니, 아니, 그이가 이런 곳에 숨겼을 리가 없어요. 왜냐면 그이는 주방 같은 덴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는걸요……맥주가 마시고 싶어졌을 때나, 아니면 뭔가 안줏거리가 필요할 때 정도밖에.』
그러나 있을 리가 없는 그 장소에, 그것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 있어 중요했던 건, 숨긴 사람 본인의 성격이 아니라, 그가 누구의 눈으로부터 숨기고 싶었는가 하는 것이었어.”
힌트는 계속 눈앞에 있는 의뢰인의 언동 속에 있었던 것이다.
“돌아가신 남편분은, 틀림없이 부인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거겠죠. 그래서 그 설탕 항아리가 당분간, 그것도 어쩌면 몇 년에 걸쳐 결코 바닥이 드러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던 거예요.”
아리사는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니키는 새삼스럽게 의뢰인의 별 의미 없는 잡담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온갖 소모품이……샴푸다 칫솔이다 쉐이빙크림이다 약이다 냉장고의 맥주다……심지어는 화분의 꽃에 이르기까지 『떨어지는 건 참지 못한다.』라고, 되풀이해 말하지 않았던가?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채운다--그러니 설탕 항아리의 설탕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소금 항아리 쪽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니?”
문득 의문이 들어 물었다. 조건은 똑같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어머, 왜냐면 다나카 씨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잖아요.”
아리사는 방긋 웃었다. “설탕을 한 번에 많이 쓰는 경우는 과자나 잼을 만들 때지만, 최근에는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차에는 다이어트 슈가를 쓰고 있는 것 같고. 반대로 절임이나 츠쿠다니는 만들고 있다고 했으니까, 소금 항아리 쪽은 텅 빌 위험성이 높다고요.”
니키는 뚫어지게 상대를 바라보았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그렇게 주부의 심리에 통달해 있어서, 어쩔 셈이냐?”
이번에는 완전히 졌다는 분함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소녀는 태연한 얼굴로 폭탄을 터뜨렸다.
“어머, 나, 이렇게 보여도 주부거든요. 결혼한 지 2년 됐어요.”
실로 놀라 허리가 빠질 정도였다.
“뭐라고?” 니키는 당황해 되물었다. “하지만 너, 보기에는 고등학생 같은데.”
“이래봬도 스무살이에요, 나.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요.”
“안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신음하듯이 한 말을 끝으로 말을 잃은 니키를, 아리사는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때, 니키의 책상 위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있던 하얀 고양이가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울기 시작했다.
“다이나가 배가 고프다고 하네요. 슬슬 돌아가야지.”
고양이를 안아 올리자마자 아리사는 비상구 문을 향해 뛰어가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네 주머니에서 바스락거리고 있는 건 뭐지?”
아리사는 허를 찔렸다는 얼굴을 하고는 겸연쩍게 미소 지었다.
“눈치 채셨어요?”
주머니에서 끄집어낸 것은, 아까의 의뢰인 다나카 부인이 가지고 왔던 것과 똑같은 전단지였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곳에 온 건, 우연이 아니었구나.”
“예에, 우연이 아니에요.” 아리사는 쓱 고개를 들었다. “나, 탐정이 되고 싶어요.”
놀랄 정도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 눈동자 속에는 어딘가 절박한 색조차 있었다.
“파트타임 여탐정이라…….”
중얼거리며 니키는 마음 깊이 당혹해하고 있었다. 자기 한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는 것조차 미덥지 못한 종이배에 지금, 또 한 사람이 타려고 하고 있다. 과연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떠 있을 수나 있는 걸까…….
“……이번 일로 이쪽도 여러 가지 배웠고.” 잠시 생각하고 나서, 니키는 자신도 생각지 못한 말을 하고 있었다. “뭐어, 잘 부탁한다.”
바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다. 단순한 변덕이라면, 취소하려면, 지금이다……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리사의 매끄러운 뺨에 떠오른 보조개를 본 순간,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럼, 안녕. 다음 주부터 다시 올게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고양이를 안은 아리사는 회오리바람처럼 나선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다음날, 예의 의뢰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둘러 대여금고를 열어 봤더니, 안에서 나온 것은 7통의 서류였다고 한다.
4통의 이혼서류와, 3통의 혼인신고서.
죽은 남편이 구청에 제출했어야 할 서류가, 똑같이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결국, 우리들은 법률상 계속 부부였던 거예요.”
화를 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조였다.
그녀는 <어려운 일>은 무엇 하나 몰랐었고, 생각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건강보험도, 세금도, 연금도.
니키는 문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트의 여왕이 생각났다. 까딱하면 “이 자의 목을 잘라라!” 라고 명령하는 하트의 여왕은 아마도 몰랐던 것이다--목이 잘려진 자는, 그걸 끝으로 죽어버린다는 것을.
의뢰인이 알고 있던 것은, 남편이 자신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그녀는 집안에서 천진난만한 폭군이 될 수가 있었고, 때로 “이 자의 목을 잘라라!” 라고 외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혼을, 부부간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일 역시, 남편이 시작한 게임이었을 것이다.
--네가 지금까지 쳐 왔던 목은 웬걸, 모조리 그대로 붙어 있었다고, 라고.
아주 약간의 앙갚음--상대의 등을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어 보이는 듯한.
죽은 다나카 씨는 가사에 능한, 하지만 기막힐 정도로 세상사에 무지하고 물정에 어두운 아내를, 그 나름으로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혹은, 단순히 신고하러 가는 것이 귀찮았던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정말이지, 세상에는 이런저런 부부가 있다. 천진난만한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을 아내로 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어느 날 돌연히 “사립탐정이 되겠어.”라는 잠꼬대를 지껄이며 회사를 그만둬 버리는 남편을 가진 여자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의논하길 정말로 잘했어요.”
최후로 의뢰인은 그렇게 말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웃었다. 어린아이처럼 안심한 그녀의 얼굴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그 순간 니키는 자신의 내부에 그때까지 경험한 적 없는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째선지 눈앞이 뜨거워졌다.
“이쪽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마음으로 머리를 숙였다. “이용해 주셔서,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니키는 전화를 끊고는 블라인드를 내리기 위해 일어섰다. 붉은 저녁 노을이 똑바로 들어오고 있다.
더러운 유리창 너머로, 붉게 녹슨 나선계단이 있었다. 어째선지 그것은, 이상한 나라로 이어지는 비밀의 통로처럼 보였다.
------------ 에피소드 1 끝.